먼저, 조금 부러운 남의 집 아이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살고 있는 퀸은 12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로봇키트에 초음파 센서를 달아 자율주행로봇 퍼즈 봇(FuzzBot)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관련 내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특강을 열었습니다. 강연장 한쪽에선 자신이 개발한 아두이노 센서인 아두센서(Ardusensor)를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올렸습니다. 더 나아가 퀸은 자기 집 차고에 Q테크노우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여러 개의 회로기판과 8종의 센서가 들어있는 학습 키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비아 토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9살에 아빠와 함께 메이커 쇼(만드는 방법을 찍어서 올리는 영상) 사이트(sylviashow.com)를 만들고 다양한 만들기 동영상을 올렸던 실비아는 12살에 컴퓨터에 그림을 그리면 그걸 인식해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방식의 로봇을 기획하고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후원을 받아 시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실비아는 13살에 이 로봇을 로봇제작 회사인 이블매드사이언티스와 협업해 워터컬러봇(watercolorbot)를 출시합니다. 워터컬러봇은 2014년 서울에서 열렸던 리얼로봇쇼 2014에 소개돼 화제가 됐죠.

버락오바마와 메이커페어 로봇 기린(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Pete Souza)

이 아이들은 영 메이커의 대표주자들입니다. 이들의 상상이 종이 스케치가 아닌 현실의 물건으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내 자리를 잡아가는 메이커 교육에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고 말하며 메이커 운동을 지지했습니다. 2014년 6월 18일을 ‘전국 메이커의 날’로 지정하고 백악관에서는 메이커 페어를 개최했고 4년 동안 미국 학교 1000곳에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의 디지털 제작 도구를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죠. 2014년 12월에는 50개의 고등교육기관을 연계해 메이킹 활동을 촉진하는 연합체(Make Schools Alliance: make.xsead.cmu.edu)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미 동부 버몬트 주의 벌링턴 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 메이커 운동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은 ‘다른 이들과 스스로 만들기’(do-it-yourself-with others)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배움의 경험을 갖습니다. 또한 도서관·박물관 등을 비형식적 배움 환경으로 디자인하기 위하여, 다양한 배경의 교육자들이 메이커 운동의 원리를 적용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해나가고 있죠.

메이커 교육 실천 이지선 회장과 데일 도허티

메이커 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일 도허티(Dale Doughetty)는 교육자 앤머리 토바스(AnnMarie Thomas)와 함께 메이커 교육을 학교에 도입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인 메이커 교육 계획(Maker Education Initiative)을 발족시켰습니다. 다양한 교육계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단체는 단지 사라진 기술 과목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제작 기술과 메이커 설계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죠. 메이커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가이드 ‘유스메이커 플레이북(youth maker play book)’을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메이커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메이커 캠프(Maker camp) 등을 연구해 배포하고 있죠.

메이커들이 그간 보여준 혁신적인 성과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뮤직스튜디오, 영상제작실, 기계 공작실 등의 다양한 종류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마련하고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따라서 다양한 분야를 융합한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스스로 혁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다양한 메이커 교육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교육의 변화에 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메이커 교육은 화제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미래교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메이커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학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에서도 메이커 교육을 접목한 커리큘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그들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메이커 교육을 높은 수준의 기술교육으로 이해하고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교육을 시키거나 영재 교육의 변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죠.

불 끄는 드론을 만들고 있는 지호(소년중앙)

메이커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며 그를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반복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계화하는 것입니다. 메이커 교육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론적 교육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교육이죠.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교육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의 교육이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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