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디자인학 박사, 메이커

  1. 어른들의 미래와 아이들의 현재

우리의 10년 뒤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10년 뒤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면 반대로 과거를 떠올려보자. 아마 쉽게 우리의 10년 전이 어땠는지를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10년은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불과 10년 전에는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상상조차 힘들었다. 당시에는 구글은 국내 출시를 준비중이었고, 엠파스라는 회사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10년 전, 즉 지금부터 20년 전은 어떠했는가? 그때는 지금은 보기도 힘든 삐삐라는 통신기기를 주로 사용했으며, 볼록한 브라운관 TV를 보던 시기였다. 이렇듯 10년 단위의 기술의 발전만 봐도 기술 발전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구축되고, 온라인을 통해 공유 및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빅데이터 처리나 인공지능 등의 기술들이 미래의 기술로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제조업 4.0 등의 혁신을 통해 생산라인의 변화에 적응하여 생산의 유연성을 가져오며, 개인화된 제품의 생산과 판매까지 한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스마트 팩토리등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이 시스템은 프로세스 전체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지금의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의 많은 부분을 대체함으로써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근미래에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직종들의 공통점은 많은 기억력을 필요로 하고, 문제의 해결 방식이 루틴화 되어 알고리즘화 하기 쉽고 유사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의 특징을 갖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급격한 산업 변화에 따른 인간의 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역량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으로 보고 있다.

  1. 메이커 무브먼트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메이커 문화와 메이커들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법 중에 하나로 비중있게 바라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메이커 문화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발전하며 혁신을 일으켜 내는 사람들의 문화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메이커 문화와 같이 창의적 문화로 대표되는 문화는 1950년대 후반 MIT에서 발생한 해커문화가 있는데, 이와 같은 해커 문화는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의 출현을 비롯하여 1980년대 중반까지의 IT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 해커문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인공지능 연구는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해커스’ 스티 레비 지음, 박재호, 이해영 옮김. (2013). ‘해커스: 세상을 바꾼 컴퓨터 천재들’, 한빛미디어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Steven Levy)는 메이커를 해커의 후예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으며, 메이커 문화를 해커가 다루는 대상이 컴퓨터에서 더 범위를 넓혀 나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해커 스페이스는 그와 같은 관점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하지만 레비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해커문화에 대한 경영 및 경제 개념의 강요로 인해 효율성을 강조하고 그것이 해커를 비효율 적인 그룹으로 간주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해커문화를 거의 소멸시켰다.

다행이도 리차드 스톨만(Richard Matthew Stallman)의 FSF(Free Software Foundation)에서 LINUX, OSI(Open Source Initiative)로 연결되며, 그 핵심 정신은 오픈소스 문화를 중심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커 문화는 메이커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해커윤리의 핵심인 정보의 공유와 접근의 자유성 확보, 자발적 참여와 권력의 분권화 등은 메이커 문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몇 년전부터 메이커 무브먼트가 정부주도의 창조경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됨과 더불어 메이커는 그들의 창의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혁신하고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로, 그리고 메이커 문화는 경제적인 해결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왜곡된 전달과 인식으로 인해, 메이커 문화는 특히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나 3D프린터 등의 CNC기기, 드론등의 IT기기 중심의 문화로 오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약 10여년 전 미국에서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메이커라는 용어를 새로이 정의할 때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로부터 배우는 삶의 형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으며, 데일 도허티가 정의한 메이커는 매우 넓은 범위로, 이와 같은 범위 아래에서는 만드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메이커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한국에서의 인식과 달리 IT, 기계와 같은 범주를 넘어 예술적, 문화적인 것을 만드는 것 조차도 메이킹의 범주에 포함하며, 미국의 경우는 메이커들은 간단한 섬유, 펠트제품을 만들거나 금속공예를 하거나, 실크 스크린, 페이퍼 크라프트, 심지어 도예, 요리까지도 메이커 문화에서의 주제로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있어, 실제 메이커운동의 발상지인 미국에서의 메이커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크게 차이가 있다.

  1. 메이커 스페이스

이와 같은 인식은 메이커 운동의 개념이 국내에 유입되자 마자, 정부주도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다 보니 메이커 문화에 있어서 경제적 효과가 있는 부분만 강조되고 전체적인 의미나 철학이 왜곡되어 전달된 부분이 있으며, 이와 같은 방향성과 맞물려 메이커 스페이스도 그 정의와 방향성에 약간의 문제점들을 갖게 되었다.

첫 번째, 메이커 스페이스의 용어에 대한 사용이다.

흔히 국내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간에 대한 정의는 2011년 데일 도허티와 그 팀이 정의하였는데,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공간에 대한 정의는 기존에 존재하던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가 어린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 팹랩이 지나치게 장비 중심의 운영을 하는 것을 지적하며,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용어를 그 두 지점을 보완한 형태와 메이커의 문화적 형태를 갖춘 공간으로 정의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의 경우 기존의 해커스페이스들은 어린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추면서 스스로를 해커 스페이스이자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나 산업중심의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알려져 있는 테크샵(TechShop) 조차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개방형 공공 제작공간이자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호칭하고 있다. 이처럼 메이커 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므로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용어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공간의 구성이다.

국내에서 통칭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일컬어지는 개방형 제작공간은 그 목적성에 따라 교육, 문화·문화예술, 산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문화예술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와 산업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는 무엇보다 문화적 접근을 기반으로 장비와 공간이 구성되어야 하며, 그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의 소구에 따라 그 메이커 스페이스가 주로 다루는 주제나 장비가 구성되어야 하며, 구성원의 관심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활용과 장비도 변해가야 한다. 이와 달리 교육의 경우는 장비의 구성보다는 가르치고자 하는 주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는 문화적 접근보다는 장비와 공간의 규모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반해 핵심이 되는 커리큘럼이 부족하거나 문화적 접근이 매우 부족한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가능한 형태로서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는데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업, 혹은 산업과 관련된 특정하고 한정된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달리 미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그 목적이 매우 다양하고 어떤 면에서는 불분명하기까지 하다. 또한 많은 해커 스페이스들도 자신의 공간을 창업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지 않는다. 해커 스페이스의 사용자들은 소량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사용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기도 하며,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는데에 충실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들의 사용자들의 구성을 볼 때 우리나라도 해외와 비슷한 사용자 구성의 경향성을 갖기 시작했고, 이것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이것은 애초에 제시된 산업화라는 목표가 잘못된 것이지 현재의 운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 메이커 에듀케이션

현재 미국에서의 교육 공간으로서의 메이커 스페이스 구성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정신은 피아제의 구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구성주의 교육철학과 시모어 패퍼트의구성주의 교육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는 메이커 교육 철학이다.

구성주의의 핵심은 본질적인 학습은 누군가가 주입 시켜주는 것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발적 습득과 재구성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시모어 패퍼트의 교육접근법은 이와 같은 본질적인 학습은 학습자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물건을 만들거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극대화 된다고 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메이커 교육 접근법에서는 선생님의 역할은 본질적인 학습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촉발하도록 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자신이나 그룹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교육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의 동기를 통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진정한 창의성을 개발 할 수 있다.

이처럼 자발성과 스스로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뛰어난 프로그래머, 예술가, 디자이너, 작가 등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그룹에서는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특성으로, 그들 역시 자발적이고, 사회와 관련된, 혹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좀 더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극대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메이커 교육에서 자주 언급되는 디자인 씽킹은 점진적 반복과 실제 수행을 통한 반복적 결과의 검증을 중요시 하고 있다. 즉, 창의적인 일에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발전적 또는 점진적 반복을 필수로 수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은 필연적으로 개선의 과정에서 실수를 발견하게 되고, 이 실수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발전을 이루며, 이와 같은 발전적 반복은 본질적으로 창의성과 독창성을 가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본질적인 학습은 실패를 하게 될 때 더 큰 동기부여가 일어나게 되고, 그만큼 큰 발전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즉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더불어 학습에 접근함에 있어 시모어 패퍼트는 교구를 활용한 교육을 강조하였는데, 교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더불어 패퍼트는 컴퓨터가 학습을 위한 매우 좋은 교구라고 생각하였지만, 그것이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듦으로서 그 학습의 본질에 다가가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창의성은 관찰과 발견이라는 적극적인 행동을 수반해야 촉발 될 수 있다. 즉 스스로 자발성을 띌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관찰과 발견은 스스로 갖는 궁금함과 알고 싶다는 욕구의 해소가 핵심이 된다. 이와 같은 자발성과 순수한 즐거움은 놀이와 매우 유사점이 있다. 이에 이재일(1994)은 놀이는 행동 자체가 목적이며 그 자체로 기쁨이 따르는 자발적 행동이라고 하였으며, 놀이와 일의 차이점으로 일은 행동 자체가 목적이 아닌 행동의 결과가 목적인 행동이라고 하였다. 즉, 창의성에 있어서는 학습의 형태가 일이기보다는 놀이에 가까워야 더욱 효과적이라고 뒤집어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의 어린이들이 과연 학습이 아닌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메이커 스페이스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만드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본질적인 학습을 주도하고, 창의성을 스스로 만들어 내며,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내는 전반적인 과정을 학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1.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공간

앞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할 때, 현재의 급변하는 기술에 따라 적용 가능한 교육을 미리 준비하고 구성하여, 지식으로 전달함으로써 교육하는 방식의 한계점은 명확해진다.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미래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 가능한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데 그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도 명확해진다. 이에 따라 메이커 문화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의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학습자 스스로 자발성을 갖도록 유도하는 공간일 것

2) 문서화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일 것

3)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공간일 것

4) 프로젝트 중심, 제작 중심의 수업을 통해 더 깊고 넓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일 것

5) 행동자체가 목적인 즐거운 공간일 것

메이커 무브먼트는 작게 보면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제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며, 삶의 방식,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는 메이커 에듀케이션이 단지 어린이를 위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성인의 교육, 성인의 삶의 방식과 삶의 철학으로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의 교육을 위한 기능 측면의 고려를 통해, 국내에서 강조하는 산업에 대한 측면만큼이나 문화,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고 좀 더 균형 잡힌 형태로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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