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현> 한국IBM, 사회공헌팀 차장

  1. 인공지능 시대와 아이들의 미래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우리나라 산업 및 교육에 엄청난 충격과 자극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를 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 포럼이 우후죽순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에 대한 이야기였을 뿐 직업의 성격이 어떻게 변하고, 미래 인재를 위해 어떤 역량을 함양해야 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는 부족했던 듯싶다.

제46차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무인자동차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전 세계 일자리 중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1) 일례로 칼 프레이, 마이클 오스본 옥스퍼드대 교수 논문에서 ’20년 내 없어질 가능성 높은 직업’으로 텔레마케터(99%)를 꼽는다.2) 소비자의 욕구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개인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상품 중 선택을 하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하고,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화, 인터넷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기업에 불만사항을 전달 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일일이 처리하기 위한 텔레마케터를 고용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하여 반복적인 고객응대 트랜잭션(처리과정)은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된다.

지하철역에서 표를 팔던 역무원들이 사라졌다.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과거에 없었던 서비스 창구가 생겼다. 표 판매는 기계가 맡고, 역을 나와 목적지 방향이나 화장실을 비롯한 시설물의 위치를 묻는 사람들을 응대하는 역할로 시대의 요구에 따른 역무원 직업의 성격이 변화 한 것이다. IBM 인공지능 왓슨은 의학, 금융, 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고 있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왓슨의 암 진단 일치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췌장암 94%, 난소암 95% 등에 이른다고 한다. 3) 왓슨은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 등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학습했으며, 1초에 책 100만권을 읽는 수준이다. 4) 의학 서적을 외우고,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진료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인공지능을 통해 최신 연구 결과와 임상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고, 의사는 환자에게 상담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의 학생이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기 까지 10~15년 정도가 걸린다. 1980년대 물을 사먹고, 걸어 다니면서 TV를 보고, 외국에 있는 사람과 화상회의를 하는 것은 공상과학 그림 그리기 대회 소재로나 쓰일 법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0~15년 뒤라면 우주여행을 가고, 공기를 사 먹고, 무인 자동차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시대를 맞을 우리의 아이들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1. 우리나라 교육 현황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교실 32명의 학생이 함께 공부한다. 보조교사가 있긴 하지만 교사 한명이 32명의 학생을 일일이 신경 쓰고 상호작용을 하며 교육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마다 흥미, 교육 수준에 대한 편차가 있지만 받아쓰기, 수행평가 등 획일화 된 평가방식을 통해 학습 및 교육을 받는다.

‘휴머노이드 로봇 과학’ 방과후 시간, 교재에는 제작 순서와 사진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학생들은 설명서대로 ‘조립’한다. 어떤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지, 그런 로봇은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순서에 따라 조립한 로봇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만족감만 있을 뿐이다. 과학시간은 어떠한가? 정해진 시간동안 주어진 실험도구와 재료로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실험 절차를 통해 과학적 사실을 ‘증명’한다. 화학, 생물, 물리 등 과목별 실험이 별도로 존재한다. 우리의 실생활은 이처럼 과목별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가령, 지진에 강한 건축물을 지으려면, 주어진 예산 하에서 건축 재료를 구입하여 건축주의 요청사항에 맞는 높이와 디자인의 건축물을 설계하여 지어야 한다. 수학, 엔지니어링, 물리 등 다양한 과목이 복합 혹은 융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처럼 실생활에 적합한 교육을 하려면 어렸을 적부터 목표,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해 가는 과정을 수없이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반복적인 학습과 암기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직업은 앞서 수차례 언급한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가장 빠르게 대체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교과로 들어온다고 한다. 벌써부터 이를 대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학교 내 과학 교육처럼 순서에 따라 코딩을 배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로그램별 컴퓨팅 언어 및 코딩은 소프트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변할 것이다. 오늘 암기한 코딩이 내일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목표 설정, 방법에 대한 고민, 실패를 통한 교훈, 코딩 및 프로그래밍을 통한 논리적 사고 함양,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자세인 것이다.

  1. 글로벌 및 미래 인재

아직 한글도 서투른 아이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보청기처럼 귀에 꽂으면 외국어가 동시통역이 되어 바로 의사소통이 되는 제품을 본 적이 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언어를 통해 담을 생각이 바로 서야 커뮤니케이션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IBM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한 달간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3개월간 온라인으로 사전 교육을 받는다. 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교육 내용이 ‘문화적인 적응력 강화 (Cultural Adaptability)’이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6가지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글로벌 팀원들과 협의하고, 어떠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토론한다. 정답은 없다. 다른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점을 이해하고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란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름’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융통성 있게 생산적으로 발전적인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있다. 즉, 소통, 공감, 협업,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프로젝트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보고, 그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다른 프로젝트로 발전 및 확대 시켜나가길 권장한다.

  1. 메이커 교육실천 스터디

2015년 12월 15일, 우리나라에서 메이커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숙명여대 이지선 교수의 스터디 번개로 12명의 멤버가 처음 모였다. 대학교수, 아두이노 전문가, 로봇 기업 대표, 메이커 페어 다년 참가자, 서울과기대 박사과정, 고등학교 교사, 글로벌 기업 사회공헌 교육기부 담당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9월 27일로 14회를 맞는 ‘메이커 교육 코리아’는 그간 2권의 원서와 1권의 번역서를 번역 및 스터디 했다.

1) Meaningful Making: Projects and Inspirations for FabLabs and Makerspaces 5)

2) 메이커 혁명, 교육을 통합하다 (Invent to Learn : Making, Tinkering, and Engineering in the Classroom) 6)

3) YOUTH MAKERSPACE PLAYBOOK 7)

메이커 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스터디를 하면서 익힌 방법론, 교재, 툴, 사례, 자료화 등을 우리나라 교육에 어떻게 접목 시킬 수 있을런지 협의하면서 실행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예산, 시간, 장소, 재료, 교사의 역량, 진도, 평가 등 우리나라 교육에 접목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제약요소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아무런 주제도 주지 않고,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충분히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라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기획된 6회의 영메이커 워크숍과 10월 8일 진행될 전시와 포럼.

  1. 앞으로의 비전

백악관 과학 기술 정책국(미국 대통령 직속 기관)의 Thomas Kalil 토마스 칼릴 사무관이 기고한 ‘메이커의 나라 세우기(Building A Nation Of Makers)’ 8) 라는 글은 실로 깊은 울림을 준다. 범국가적으로 메이커 운동을 확산하기 위하여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175명의 운영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본 기고문은 메이킹 운동의 가치는 물론, 이를 통해서 개인, 기업, 산업, 지역사회, 국가 전체가 어떻게 전략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확산 및 발전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메이커 교육 코리아’를 통해서 ‘누구나 필요한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다’는 메이킹의 가치를 알리고, 우리나라 현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아이들이 통제 받지 않고 자유롭게 메이킹을 통해 배움을 터득하고, 타인과 ‘깨달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진정한 메이킹 교육’에 대한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